썰출처 오이스가 카피페( @oisuga_CP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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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담뱃갑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방금 손안에서 일으킨 불꽃의 온도가 무색하리만큼 날씨가 쌀쌀했다. 한 개비를 꺼내물고 불을 들이마셨다. 매캐하기만 하던 연기가 이제는 어떤 향을 가지고 목구멍 안으로 넘어갔다.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머리가 띵해지며 속이 좀 뚫리는 느낌이었다. 입꼬리가 약간 올라갔다. 담배에 중독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뭐라도 내뱉으니 조금 살거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손을 대게 되었다.
담배에 손대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주전 세터가 아니라는 사실에 답답했고 그 갈증을 조금 해소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정도라면 참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팀이 이기는 거니까 마찬가지다. 하지만 팀에 엉겨붙어있던 내 다른 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견딜 수 없었다. 레귤러로 뛰지 못한다는 답답함의 몇 배가 숨을 조였다. 그 장면을 봤을 때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먹먹해져 나는, 숨을 뱉을 방법을 찾아 헤멨다- 그렇게 어느샌가 내 손은 담배를 쥐고 있었다.
나는 다이치와 늘 함께였다. 다이치는 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내가 1학년 때 본 카라스노 배구부는 더이상 날아오르는 까마귀가 아니었다. 내 꿈이 막혀버린 느낌이어서 많이 주눅이 들곤 했다. 다이치는 그렇게 언제나 주눅들어 있던 나를 부축하고 응원하며 늘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나도 다이치에게 늘 성실한 세터가 되어주고 싶었다. 모자란 세터라고 늘 생각했기 때문에 종종 연습을 하다가 기운이 빠지는 날도 허다했다. 다이치는 그런 나의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 주었다. 다이치가 없었다면 벌써 배구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다이치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 것을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다. 늘 가까운 친구사이였기때문에 다이치와의 경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문제의 장면을 본 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활에 가고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당번차례였기때문에 다이치와 같이 가지 못하고 좀 늦게 출발한 정도라고 해야 할까. 아니 어차피 그랬다면 그 후에라도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체육관으로 통하는 복도로 돌아서려는 순간 다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귀를 기울였다.
"사실 나도 미치미야를 좋아하고 있어."
그 뒤로 미치미야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고 둘은 와락 껴안았던 것 같다. 직접 보지는 않았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다른 방향을 택했다.
짜증이 솟구치며 속이 메슥거렸다. 다이치를 좋아했다.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내 감정의 깊이는 친구가 아니었나? 생각해보면 다이치와 함께하던 모든 시간들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림이라니. 다른 동기들한테는 그런 적 없으면서. 왜 몰랐을까. 끝까지 모를 것이지 왜 지금와서 깨달아 버린 걸까. 나도 미치미야를 좋아하고 있어. 나도 미치미야를... 좋아 하고. 나는? 다이치, 나는 좋아하지 않아? 나일 리가 없지. 미치미야를 좋아하고 있다며. 마음을 종이처럼 박박 찢어냈다.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다이치와 자는 상상을 하며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빼고 난 뒤 곧바로 깨달았다. 그것은 비현실적인 망상의 잔해였음을. 애초에 부질없는 마음이었는데 무슨 기대를 한 건지... 생각이 졸음에 섞여 점점 의식과 다른 길로 멀어져 갔다.
집 근처에서 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교복을 입고 다니는 나이니 길거리에서도 피기 힘들었다. 그래서 새벽의 체육관 근처 구석을 찾았다. 아침이라 더욱 쌀쌀했다. 여기서 피우고 발로 눌러 숨기면 그만이었다. 요새는 이 자그마한 일탈 외에 별로 기분좋을 일이 없었다. 부활 때 다이치를 대할 때도, 다른 배구부원들과 말할때에도 언제나 상냥함을 유지했으나, 매번 웃을 때마다 속이 쓰렸다. 특히 다이치가 미치미야와의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했을 때에는 마치 폐구멍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시듯이 매캐하게 썩는 느낌이었다. 그런 일련의 생각들을 하며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쌀쌀한 아침 바람에 담배 연기는 흔적도 없이 공기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내 마음도 같이 썩어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없어져버리면 편할 텐데. 훅 내뱉는 숨으로 인해 상당히 속이 시원해졌다.
그렇게 마지막 한 모금의 여유를 뱉고 있을 때였다.
"...스가와라 선배."
"...!"
서서히 뜨는 태양빛 아래 카게야마는 순간적으로 화난 듯 보였다.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미안, 놀랐지."
"아닙니다."
"비밀로 해 줄 수 있지?"
"네."
카게야마는 구슬리면 쉽다니까. 그런데 왜 화난 것처럼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적인 선배의 이미지를 깨서? 갑자기 치부라도 들킨 마냥 부끄러워졌다. 카게야마에게 이상적인 선배로 남고 싶었던 걸까 나는.
"오늘 굉장히 일찍 왔네?"
"어제 부실에 숙제를 두고 간 것 같아서요. 일찍 들어가서 좀 풀다가 아침연습 하려고 했습니다."
열쇠를 꺼내 들어 체육관 문을 열며 카게야마의 표정을 다시 살폈다. 언제나와 비슷한 표정이지만 조금 긴장한 것 같아 대화를 좀 해서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구나, 무슨 과목인데?"
"영어인데요."
"카게야마 영어 좀 어려워 하지 않았어? 괜찮으면 조금 도와줄까?"
실망시키기 싫어서 나는 상냥한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샐쭉 웃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카게야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내가 카게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카게야마는 사람과의 소통에 나처럼 억지로 웃음이나 친절을 가미하는 편은 아니었으므로 나는 솔직한 그의 표정에 어느 정도 안심했다. 카게야마는 특유의 솔직함으로 사람을 편하게 했다.
사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아니, 카게야마와 아침에 마주친 것부터가 문제였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카게야마는 부실에 들어가자마자 부랴부랴 영어숙제를 펴들었고, 나는 채 닫지 못한 가방을 락커에 대충 넣는 둥 마는 둥 카게야마의 숙제를 봐주었다.
공부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카게야마는 천재였다. 성실함이 그 천재성을 더욱 빛나게 했다. 마음만 먹으면 공부따위 배구보다도 잘 할 텐데. 아쉽기도 했다. 아침에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스가 선배- 하고 부르는 그의 얼굴에는 1학년의 앳됨이 뭍어 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성큼 다가오는 그는 자신보다 훌쩍 키가 컸다. 카게야마, 그 새 키가 더 컸나.
"무슨 일인데 그렇게 속상해하시는 거에요?" 마치 올망한 고양이같은 눈동자로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본다.
"혹시 제가-"
"아니야 카게야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냥요?"
"그래 그냥..."
"무슨 일 있으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저는 언제나 선배 편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드릴게요."
나는 하마터면 카게야마의 배려에 사실 너무 힘들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올 뻔 했다. 원래였으면 그냥 넘겼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날은 유독 다 털어버리고 그냥 기대어 울고 싶었다. 두살이나 어린 후배한테 곧 졸업을 앞둔 선배가 되어서 무슨 짓인가 싶어서 꾹꾹 눌러 참았다. 오늘 담배로 이상적인 선배 노릇이 망했다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그 이유를 꺼내기 힘들었다.
한창 카게야마의 숙제를 봐주고 있을 때 부실에 부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금방 분위기가 왁자지껄 해졌다. 어느샌가부터 다이치의 목소리도 그들에 섞여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카게야마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변명으로 나는 그를 의식에서 격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정작 부실 구석에서 카게야마를 붙들고 고립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다이치를 의식하며 나는 감정의 바다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카게야마의 질문도 귀까지 닿지 않을만큼 멀게만 느껴졌다. 한계였다.
때마침 누군가가 갑작스레 외쳤다.
"아니 락커 밑에 저거 담배갑 아닙니까...!"
덜컹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외침은 나락으로 떨어지던 내 정신을 갑작스레 현실로 잡아 패대기쳤다. 1초가 영겁의 시간 같이 느렸다. 거의 멈추다시피 한 시간 위에서 등뒤의 분위기는 점점 차가워져 마치 살얼음에 등을 비비는 듯 했다.
"... 누구야. 나와."
다이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톤으로 보아 명백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모른척하고 싶었다. 이대로 영영 다이치를 안 보면 안 될까. 나는 그 날 이후로 다이치에게 당당할 수 없었다. 나는 다이치를 그날부터 지금까지 속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착한 부주장인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미치미야와의 연애를 거짓으로 응원해줬다. 다이치의 인생에서도 나같은 거짓말쟁이는 필요 없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어도 다이치는 혼자만으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이다. 나같은 건-
"그거 우카이 감독님 겁니다. 어제 끝날때 잠깐 저랑 대화하느라고 깜빡 잊으신 모양인데요."
다들 카게야마에게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포함해서.
"아 그랬구나."
머쓱해하는 다이치의 대답에 그럼 그렇지- 하며 부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오후에 다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차분히 상황을 정리했다.
역시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숨기 뿐이었다.
옥상
비밀로 해 달라고 하셨으면서, 왜이렇게 티나게 구세요.
아 아깐 고마웠어
끊어요
왜?
보기 안 좋네요
네가 뭔데?
제가 선배한테 이런 말 할 관계도 아닌가요 우리는?
무슨 소리야. 카게야마,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만 봐주는것도 정도껏이야.
(담배를 뺏어서 밟으며)선배야말로 적당히 하세요. 제가 걱정하는 건 걱정도 아닙니까?
너...
정말 무슨 일인지 말 안해주실 거에요?
집요하다. 피곤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쓸면서 간단히 대답했다
사실 차였어 아 유치해라, 스가와라
다이치 선배입니까?
멍-
사실 그즈음부터 선배가 담배피는거 알고 있었어요. 많이 걱정되어서 오늘 조금 일찍 왔던 건데.
내 걱정 안해도 괜찮아
신경쓰여요.
... 정말 끊으시면 안 될까요. 스가와라 상.
그 반듯한 눈매에 나는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생각해볼게
... 죄송해요. 그래도요. 선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무슨 소리야. 아는 건 너밖에 없잖아.
...네.
그것 봐. 아무도 없어. 솔직히 내일 당장 내가 없어져도 다들 잘 살-
저 있잖아요.
제가 선배를 걱정하잖아요. 무슨 일인지 말 안해주실 거에요?
사실 차였어
다이치 선배입니까?
멍-
사실 그즈음부터 선배가 담배피는거 알고 있었어요. 많이 걱정되어서 오늘 조금 일찍 왔던 건데.
내 걱정 안해도 괜찮아
신경쓰여요.
... 정말 끊으시면 안 될까요. 스가와라 상.
그 반듯한 눈매에 나는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생각해볼게
부주장으로써의 어떤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는거라면 그냥 실망해.
삼스가데이랑 트친분 리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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